가족은 왜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할까|아멜리 노통브 『자매의 책』 리뷰

가족은 왜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할까

가족은 오래 본 사람들이다.

태어나기 전부터 함께한 사람도 있고, 거의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가족이니까 나를 제일 잘 알겠지.”

그런데 살다 보면 이상한 순간이 온다.

오히려 가장 오래 본 사람들이, 가장 오래된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말이다.

아멜리 노통브의 『자매의 책』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붙잡고 있었던 생각도 그 부분이었다.




『자매의 책』 줄거리

소설은 열병처럼 사랑에 빠진 한 남녀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둘은 서로를 아주 사랑한다. 문제는 그 사랑이 아이를 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딸 트리스탄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무관심 속에서 자란다. 미움받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도 없다.

트리스탄은 혼자 성장한다.

그리고 훗날 태어난 동생 레티시아에게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쏟기 시작한다.

소설은 단순히 자매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사랑의 결핍이 한 사람의 성격과 관계, 그리고 삶 전체에 어떻게 스며드는지 조용히 따라간다.

이 책이 특히 잘 다루는 질문

『자매의 책』은 단순히 가족 이야기를 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질문에 가깝다.

“어릴 때 받았던 사랑의 방식은 사람을 어디까지 따라갈까.”

책 속 인물들은 누가 착하고 누가 나쁘다고 쉽게 나눌 수 없다.

부모는 사랑이 없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지나치게 사랑한다.

하지만 사랑이 존재한다고 해서 돌봄도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래서 이 소설은 가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애착, 관계, 성장에 대한 이야기처럼 읽힌다.

가족은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믿는다

읽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족이라는 관계에는 너무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

가족이기에 나를 오래 봤고, 가족이기에 내 습관도 알고 성격도 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다.

오래 봤다는 사실이, 전부 안다는 착각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가족 안에서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쟤는 원래 그런 애야.”

“어릴 때부터 그랬잖아.”

“너는 항상 그런 식이었어.”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계속 변한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완전히 다른 고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어릴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을 수도 있다.

가족이라고 해서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

컨트롤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일수록 가장 쉽게 정의해버린다.

아멜리 노통브가 보여준 가족의 불편한 진실

아멜리 노통브는 특이한 작가다.

잔인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차갑다.

감정을 크게 흔들지 않는다.

누가 울고, 누가 상처받고, 누가 절망하는지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장면을 보여준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남는다.

읽다가 문득 어릴 때 들었던 가족의 말이 떠올랐다.

아마 말한 사람은 금방 잊었을 문장.

하지만 듣는 사람은 오래 가지고 가는 문장들.

가족의 말은 가까워서 쉽게 나오고, 가까워서 더 깊게 남는다.

이런 사람에게 추천한다

  • 가족 관계를 생각하면 감정이 복잡해지는 사람

  • 가까운 사람과의 거리감 때문에 고민해본 사람

  • 인간 심리와 관계를 다루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 큰 사건보다 사람의 감정 변화를 관찰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반대로 빠른 전개나 사건 중심의 소설을 기대한다면 조금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 줄 평

★★★★★ 4.5 / 5

“가족이라는 관계가 얼마나 가까우면서도 낯선지 조용하게 보여주는 소설”

읽고 나면 누군가가 떠오르는 책보다,
내 안의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르는 책에 가까웠다.

읽고 나서 든 생각

이 책은 결국 가족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어가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가족은 사랑만으로 완성되는 관계가 아닌 것 같다.

관심도 필요하고,
거리도 필요하고,
상대를 새롭게 보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책을 덮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가족이란,

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끝까지 이해하려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에 더 가까운 건 아닐까.

개미의 책 기록

공간, 책, 사람을 관찰하며 기록합니다.

줄거리보다 읽고 난 뒤 오래 남은 생각을 중심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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