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 리뷰 | 음식 하나에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 있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는 나중에

어떤 음식 냄새를 '집 냄새'로 기억하게 될까.


김치찌개일까.

주말 아침 계란 굽는 냄새일까.

아니면 여행가서 먹었떤 장어 냄새 같은 걸 기억할까.




'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 를 읽으면서

나는 계속 그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여러 나라에서 한국으로 온 엄마들과

그 가족들의 식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몽골, 베트남, 이집트, 페루, 캄보디아.


나라 이름만 보면 멀게 느껴지는데,

책 속 장면들은 이상할 만큼 익숙하다.


엄마가 음식을 만들고,

아이가 옆에서 기다리고,

가족이 같이 밥을 먹는다.


결국 어느 나라든

집밥 풍경은 비슷했다.


음식은 생각보다 많은 걸 설명한다


책에 나오는 음식 이름들은 대부분 처음 들었다.


몽골식 국수 ‘고릴태슐’.

이집트식 과자 ‘바스부사’.

고려인식 당근김치 ‘마르코프차’.


그런데 재밌는 건

음식 설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라의 생활이 같이 보인다는 점이었다.


왜 어떤 나라에서는 말린 고기를 먹는지,

왜 어떤 음식은 향신료가 강한지,

왜 어떤 음식은 꼭 가족이 모일 때만 만드는지.


음식 안에는

날씨와 역사와 이동의 시간이 같이 들어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건

고려인 가족의 당근김치 이야기였다.


배추와 무가 없던 환경에서

당근으로 김치를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


살아남기 위해 바뀐 음식인데,

시간이 지나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는 게 묘하게 오래 남았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그거였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살고 있구나.”


편의점에서도,

배달 음식점에서도,

아이 어린이집에서도.


이미 너무 자연스럽게 섞여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은

‘이주민’이라는 단어를 너무 뉴스처럼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삶은 훨씬 작고 평범하다.


아이 도시락을 싸고,

장을 보고,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그 평범함이 오히려 좋았다.


거창한 메시지를 말하기보다

한 끼 식사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방식.


이 책이 따뜻했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 같다.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이지만, 어른에게 더 남는 책


처음에는 어린이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오히려 어른이 더 오래 생각하게 되는 책이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한다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그 사람의 집밥 하나 제대로 모른다.


어떤 냄새를 맡으며 자랐는지,

아플 때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명절에는 뭘 만들었는지.


그런 걸 알게 되면

사람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

동네 외국 음식점들이 괜히 다르게 보였다.


전에는 “새로운 음식” 정도였다면,

이제는 누군가의 기억과 고향 같다고 해야 하나.


결국 사람은 ‘무엇을 먹었는가’로도 기억된다


생각해 보면

사람은 음식 자체보다

그때의 분위기를 기억하는 것 같다.


비 오는 날 칼국수.

할머니 집 김치 냄새.

밤늦게 먹던 라면.


그리고 어떤 아이들은

엄마가 만들어준 몽골식 국수나

이집트식 과자를 기억하며 자랄 것이다.


그건 꽤 멋진 일 같다.


다른 나라의 기억과 한국의 시간이

한 식탁 안에서 같이 자라는 일이니까.


『우리 엄마의 요리를 소개합니다』는

단순히 세계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었다.


음식을 통해

사람의 삶을 보여주는 책에 더 가까웠다.


그리고 읽고 나면

아마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나는 어떤 음식을 기억으로 남기며 살아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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