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빵집 추천 오월의종 후기 | 왜 우리는 좋아하는 공간 앞에서 말이 많아질까

오월의종에 가면 꼭 추천하게 되는 빵이 있다


서울에서 식사빵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오월의종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화려한 디저트류보다

묵직하고 오래 씹는 빵.


특히 무화과 깜빠뉴는

처음 방문하면 꼭 추천받는 대표 메뉴 중 하나다.


나 역시 이곳에 오면 늘 비슷한 빵을 고른다.


그런데 이번에는 빵보다 오래 남은 장면이 있었다.


해외에서 온 친척과 오월의종에 간 날


해외에서 친척이 한국에 놀러 왔다.

빵 진열대 앞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집게를 먼저 들었다.


“아 그거 말고 이거 먹어봐. 이건 겉은 질긴데 안은 촉촉해.”


“여긴 버터빵보다 식사빵이 유명해.”

“무화과 깜빠뉴는 꼭 먹어야 돼.”


말하다가 순간 웃음이 났다.


누가 물어본 것도 아닌데

나는 거의 직원처럼 설명하고 있었다.


어떤 빵이 유명한지.

언제 오면 빵이 많이 남아있는지.

왜 이 집을 좋아하게 됐는지까지.


좋아하는 공간 앞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말이 많아진다.


왜 우리는 좋아하는 공간을 소개하고 싶어질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아무에게나 자기 단골집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말 좋아하는 공간일수록 더 그렇다.


좋은 공간에는 이상하게

자기 마음도 조금 섞여 있어서.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아껴둔 장소를 보여주고 싶어진다.


“여기 진짜 좋아.”


그 말 안에는 사실

“나는 이런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이야”도 같이 들어있는 것 같다.


그날의 나는 유난히 상대 반응을 살폈다.


빵을 먹고 고개를 끄덕이면 괜히 안심됐고,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내가 칭찬받은 기분이었다.


좋아하는 책을 추천할 때와 비슷한 마음


가만 생각해보면

좋아하는 책을 추천할 때도 비슷하다.


“이 문장 좋지 않아?”

“너는 이 책 좋아할 것 같았어.”

“이 부분 꼭 읽어봐.”


우리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할 때

정보만 전달하지 않는다.


상대도 그것을 좋아해주길 바라는 마음까지 함께 건넨다.


그래서 어떤 추천은

설명이라기보다 호의에 가깝다.


나는 빵을 좋아한 게 아니라 이런 시간을 좋아했던 것 같다


나는 원래 맛있는 빵집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그냥 취향인 줄 알았다.


근데 돌아보니,

사실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낼 장소를 모으고 있었던 것 같다.


천천히 빵을 고르고,

커피를 마시고,

상대 표정을 살피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면 내가 오래 좋아한 공간들은 비슷했다.


시끄럽게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자기 속도를 유지하는 곳들.


오래 발효한 빵처럼

조금 느리게 흘러가는 장소들.


아마 나는 빵을 추천한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삶의 속도를 소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브랜드보다 더 중요한 것


돌아오는 길에 친척이 말했다.


“너 여기 진짜 좋아하나 보다.”


나는 웃었다.


좋아하는 브랜드인 건 맞다.


근데 그날은

좋아하는 빵집 자체보다

좋아하는 사람과 그 공간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일이 더 좋았다.


아껴둔 장소가 있다는 건

결국 함께 떠올리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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