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고른 책 7권, 계획 없이 더 정확했던 취향

 

알라딘 중고서점 연신내점에서 고른 책 7권

계획 없이 들어갔다가, 결국 취향만 들고 나온 날

알라딘 중고서점 연신내점에 가면 늘 비슷한 일이 생긴다.
딱 한 권만 보고 나오겠다고 마음먹고 들어가지만, 계산대 앞에서는 양손이 무거워져 있다.

이번에도 그랬다.

원래는 특정 여행책 한 권을 찾으러 갔다. 재고까지 확인하고 방문했지만, 막상 실물을 보니 기대와 달랐다. 그 자리에서 책을 내려놓았다. 목적은 끝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고서점에서는 목적이 끝난 뒤부터 진짜 시간이 시작된다.

책장을 천천히 돌다가 예상하지 못한 일곱 권을 골랐다. 전부 다른 분야의 책인데, 나중에 보니 공통점이 있었다. 공간을 좋아하고, 오래된 것에 끌리고, 생활의 결을 유심히 보는 사람에게 어울리는 책들이었다.

이날 알라딘 중고서점 연신내점에서 고른 7권을 기록해본다.

책 이야기보다 먼저, 왜 그날 서점에서 오래 머물렀는지가 궁금하다면 알라딘 연신내점 방문 후기를 함께 읽어도 좋다. 공간의 결이 책 선택에도 영향을 줬다.



1. 작가 피정 / 노시내



작가가 일정 기간 일상에서 벗어나 머물며 쓰고 생각하는 시간을 다룬 에세이 성격의 책이다. 생산성과 효율보다, 창작을 위해 필요한 고요와 거리두기에 대해 말한다. ‘잘 쓰는 법’보다 ‘어떻게 머무를 것인가’에 가까운 책이다.

나는 요즘 결과보다 환경에 더 관심이 많다.
어디에 앉아 있느냐, 어떤 하루를 보내느냐가 결국 쓰는 사람을 만든다고 믿는다.

백수의 시간이 막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어쩌면 지금이 나만의 피정 기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집었다.



2. 시에나에서의 한 달 / 히샴 마타르


저자가 이탈리아 시에나에 머물며 미술과 도시를 통해 상실을 견디는 시간을 기록한 책이다. 여행기이면서도, 회복에 관한 에세이다. 낯선 도시의 풍경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붙드는지 조용히 보여준다.

나는 도시를 걷는 글을 좋아한다.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바꿔놓은 장소 이야기에 더 끌린다.

시에나에서의 한 달은 여행책이라기보다, 도시가 사람을 돌보는 방식에 대한 책처럼 느껴졌다.



3. 파랑의 역사 / 미셸 파스투로


파랑이라는 색이 시대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의미를 바꿔왔는지 추적하는 책이다. 종교, 권력, 패션, 예술을 넘나들며 색 하나의 역사를 풀어낸다.

나는 사소한 것의 역사를 좋아한다.

늘 당연하게 보던 색에도 시간이 쌓여 있다는 사실이 재밌다. 파란 셔츠 하나, 파란 하늘 하나가 조금 다르게 보일 것 같아 골랐다.



4. 올해의 스니커즈 / 콤플렉스


스니커즈 문화와 시대별 대표 모델을 정리한 아카이브형 책이다. 단순히 운동화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 문화와 취향의 흐름을 함께 담는다.

나는 운동화 수집가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을 신고 어디를 걷는지는 늘 흥미롭다. 스니커즈는 신발이면서 동시에 시대의 기분이다. 그래서 펼쳐보고 싶었다.



5. 저공비행 / 하라 켄야


무인양품 아트디렉터 하라 켄야의 사고법을 담은 책이다. 높은 곳에서 거창하게 보는 대신, 낮게 날며 생활 가까이에서 디테일을 발견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요즘 나는 거대한 성공담보다 작은 관찰에 더 마음이 간다.

카페 의자 높이, 도서관 창문의 방향, 골목길의 오후 같은 것들. 그런 것들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었다.



6. 스타인웨이 만들기 / 제임스 배런

세계적인 피아노 브랜드 스타인웨이가 한 대의 피아노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는 논픽션이다. 장인의 손, 재료, 시간, 정밀함이 어떻게 하나의 악기를 만드는지 보여준다.

나는 완성품보다 제작 과정을 좋아한다.

멋진 결과 뒤에 숨어 있는 반복과 노동을 알게 되면, 세상이 조금 더 단단하게 느껴진다. 그런 책은 늘 믿고 집는다.


7. 의자와 낙서 / 서지형



의자와 낙서는 어린 아이들에게 예술을 즐기는 습관과 감각을 가르켜주는 책이다.

요즘들어 부쩍 딸아이가 색연필을 많이 찾는데, 예술인이 되도록 푸시하기는 이르고 예술은 즐거운 것이라는 감정을 심어주고 싶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그런 목적에 있어, 교육적으로 풀어준 훌륭한 책이다.



결국 내가 고른 것은 책이 아니라 생활 방식이었다

일곱 권을 펼쳐보니 공통점이 선명했다.

도시, 색, 신발, 디자인, 장인정신, 의자, 그리고 혼자 머무는 시간.

겉보기엔 전부 다른 주제 같지만, 결국은 삶을 어떻게 감각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걷고, 어떻게 보고, 어떻게 머무를 것인가.

중고서점에서는 무의식이 먼저 책을 고른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행책을 찾으러 갔다가, 결국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책 일곱 권을 들고 나왔다.

그래서 알라딘 중고서점 연신내점에 가면 계획이 자주 틀어진다.
그리고 대체로, 그 편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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