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가게는 자꾸 가게 될까? | 장사는 결국 '이왕이면'을 만드는 일

책은 인터넷이 더 싸다

책은 인터넷에서 사는 게 더 싸다.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책방에 간다.

가끔은 아무 책도 사지 않는다.

한 시간 동안 서가를 서성이다가 빈손으로 나온 적도 있다.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
괜히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온 기분이다.

그날의 기억은 책 제목보다 책방의 공기와 더 오래 남는다.


사람들은 물건만 사는 게 아니다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를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D다운 경영으로 손님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을 느끼고 특별하다고 인식한다. 이를 통해 같은 물건도 이왕이면 저 가게보다 D에서 사는 편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읽다가 책을 잠시 덮었다.

맞는 말이다.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가게는 비슷한 것을 판다.

카페는 커피를 팔고,

책방은 책을 팔고,

철물점은 공구를 판다.

대단히 새로운 물건을 파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특정 가게를 기억한다.


기억에 남는 것은 취향이다

나는 여행을 가면 동네 책방에 들르는 편이다.

솔직히 책이 필요해서 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집에 읽지 못한 책이 더 많다.

그런데도 들어간다.

어떤 책을 골라 놓았는지.

주인은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이 동네 사람들은 어떤 책을 집어 드는지.

그런 것들이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책을 사는 게 아니라,

그 공간의 취향을 구경하러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장사는 '이왕이면'을 만드는 일

장사도 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은 물건만 사지 않는다.

그 가게만의 분위기를 사고,

취향을 사고,

경험을 산다.

그래서 어떤 가게는 기억에 남는다.

가격이 가장 싼 것도 아니고,

상품이 가장 많은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그곳으로 다시 가게 된다.

결국 장사는 '이왕이면'을 만드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왕이면 저 카페.

이왕이면 저 책방.

이왕이면 저 숙소.

이왕이면 저 가게.


오래 남는 가게의 공통점

물건은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물건을 사는 경험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 차이를 오래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그곳을 찾는다.

가격표는 잊어버려도,

그날의 분위기는 기억난다.

좋은 가게는 물건보다 먼저 떠오르는 무언가를 남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그곳으로 간다.

이왕이면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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