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왜 계속 변할까? | 서울선언을 읽고 같은 골목을 다시 걸어봤다

요즘 부동산보다 더 자주 보는 게 있다.


간판이다.

며칠 전에도 집 근처를 걷다가 멈춰 섰다.


분명 얼마 전까지 세탁소였던 자리에 공사가 한창이었다.

맞은편에는 새로운 카페가 생겼고, 그 옆 부동산 창문에는 처음 보는 매물이 붙어 있었다.


이상했다.


매일 다니던 길인데 처음 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얼마 전 김시덕의 『서울선언』을 읽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이 있다.


"산속에서 명상하는 것보다 도시의 한 블럭을 오랜 기간에 걸쳐 관찰하는 것이 더 어울립니다. 시간이야말로 서울의 주인이고, 변화야말로 서울의 본질입니다."


책을 읽고 나서 이상한 실험을 하나 해봤다.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니는 대신 같은 길만 반복해서 걸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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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골목을 한 달 동안 걸어보니 보인 것들


나는 원래 새로운 공간을 좋아한다.


새 카페.

새 책방.

새 동네.


그런데 이번에는 일부러 같은 길만 걸었다.


집 근처 골목.

한강 가는 길.

자주 가는 시장 앞.


처음 일주일은 별다른 게 없었다.

그냥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이상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도시는 생각보다 빨리 바뀌고 있었다


문 닫은 가게 하나.

새로 생긴 무인매장 하나.

갑자기 사람이 많아진 카페 하나.


평소엔 그냥 지나쳤을 변화들이다.

하루 단위로 보면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만 지나도 풍경이 달라졌다.


그때 책 속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서울의 주인은 건물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말.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서울은 완성된 도시가 아니다.

계속 공사 중인 도시다.


좋은 동네를 보는 기준도 조금 달라졌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면서 예전에는 이런 것들을 봤다.


역이 가까운지.

신축이 들어오는지.

개발 계획이 있는지.


물론 지금도 중요하다.


그런데 『서울선언』을 읽고 나서는 하나가 더 생겼다.


"이 동네는 어떤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가."


좋은 동네인지보다,

어떻게 변하는 동네인지가 더 궁금해졌다.


공간을 만들고 싶어서 더 눈에 들어온다


언젠가 사람들에게 오래 기억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카페를 가도,

책방을 가도,


손님보다 공간을 먼저 본다.


어떤 자리에 사람이 앉는지.

어디서 오래 머무는지.

왜 어떤 가게는 사라지고 어떤 가게는 살아남는지.


예전에는 그걸 개별 사례로 봤다.

그런데 이제는 도시 전체의 흐름 안에서 보게 된다.


『서울선언』은 서울 책이 아니라 관찰하는 법에 대한 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을 이해하려고 한다.


어디가 뜨는지.

어디가 좋아지는지.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나 역시 그런 궁금증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남은 건 의외로 다른 질문이었다.


"나는 내 동네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멀리 있는 유명한 장소보다

매일 지나치는 골목 하나를 제대로 본 적이 있었을까.


요즘도 같은 길을 걷는다.


새로 생긴 간판 하나를 발견하면 괜히 반갑다.

문 닫은 가게를 보면 이유를 상상해본다.


예전에는 서울을 거대한 도시라고 생각했다.

『서울선언』을 읽고 나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서울은 거대한 도시가 아니라,

수많은 작은 변화가 모여 만들어지는 과정 같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의외로 집 앞 골목에서 가장 먼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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