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싶은 건 아닌데,
이 일이 평생 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근데 그렇다고
딱히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 상태로 몇 년씩 산다.
나 역시 비슷했다.
회사 이야기만 나오면 일단 피곤했고,
새로운 일을 상상하면 막막해서 관뒀다.
근데 더 무서운건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해지는 것'이었다.
최근 읽은 커리어 인큐베이터는 바로 그 부분을 건드린 책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이거다.
"정보보다 가능성에 익숙해져라"
처음엔 흔한 자기계발 문장 같았다.
근데 오래 남는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정보에는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연봉.
안정성.
이직 시장.
전망.
복지.
반대로 가능성에는 익숙치 않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이 뭘까?'
이 질문 자체를 안하고 산 시간이 너무 길다.
30대 이후 커리어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도 비슷하다.
선택지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선택만 반복해서
자기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 가깝다.
그래서 나중에는
좋아하는 것도 잘 모르게 된다.
아니 찾을 시도조차 못하는게 큰 문제다.
이 책이 좋았던 건
갑자기 퇴사하라고 부추기지 않는다.
보통 커리어 관련 책들은 극단적이다.
'도전하세요'
'회사 밖에 답이 있어요'
'인생은 짧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 않다.
대출도 있고,
가족도 있고,
살아온 관성도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의 방식이 현실적이었다.
거창하게 인생을 바꾸라는 게 아니라,
내가 진짜 싫어하는 건 뭔지
어떤 순간에 에너지가 살아나는지
아주 작은 호기심은 없는지
이런 것부터 다시 관찰해보라고 말한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생각보다 어렵고 진지한 일이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내가 원하는 것'보다
'안전한 선택'만 해왔으니까.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도 재밌었다.
커리어를 크게 바꾼 사람들은
처음부터 확신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 불안했고 흔들렸다.
대신 공통점은 있었다.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계속 자기 안에서 확인했다는 것.
그게 결국 방향이 됐다.
읽고 나서 제일 오래 남은 생각은 이것이었다.
커리어 고민이라는 건
결국 직업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오히려
“나는 어떤 삶을 원하지?”를
오랫동안 묻지 않았던 결과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커리어 인큐베이터 는 단순한 이직 책이라기보다,
무뎌진 감각을 다시 깨우는 책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요즘 커리어 고민이 깊은 사람이라면,
의외로 정보보다 먼저 필요한 건
“가능성을 다시 상상하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