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되고 나서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이제는 내 사업체를 꾸려보자.
'나만의 공간사업을 시작해보는거야'
그게 요즘 많이들 말하는 에어비앤비가 될 수도 있고,
단기임대가 될 수도 있고,
고시원이 될수도 있다.
정확히 무엇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가진 돈이 생활비로 조금씩 줄어들기 전에,
나를 먹여 살릴 수 있는 현금흐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생각은 꽤 진지했다.
그래서 뭘 했냐면.
일단 책을 찾았다.
참 나다운 발상이다.
무언가를 시작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늘 책부터 찾는다. 운동을 하려 해도 운동 책, 사업을 하려 해도 사업 책, 돈을 벌고 싶으면 투자 책부터 펼친다.
이번에도 그랬다.
공간의 가치와 부동산 구조를 다룬 책을 꺼냈다. 하루 종일 읽었다.
당연히 도움은 됐다.
모르던 개념을 알게 됐고, 흩어져 있던 생각도 조금 정리됐다. 공간은 왜 가치가 생기는지, 어떤 구조에서 수익이 나는지, 사람들이 왜 특정 장소로 몰리는지 같은 이야기들은 흥미로웠다.
그런데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금 내가 당장 움직이는 게 두려워서 책으로 도망치는 건 아닐까.
책을 읽고 있으면 왠지 뭐라도 한 기분이 든다.
오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는 안도감도 생긴다. 괜히 생산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책 한 권 읽었다고 공간사업이 시작되는 건 아니다.
사업은 결국 몸으로 움직이는 일에 가깝다.
사람을 만나야 하고,
현장을 봐야 하고,
월세와 수익 구조를 계산해야 하고,
작게라도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책상 앞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일과는 결이 다르다.
물론 독서 자체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책은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남의 경험을 압축해서 배울 수 있는 좋은 도구다. 문제는 독서가 행동을 대신하는 순간이다.
독서는 때로는 준비하는 기분은 들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기도 하다.
이게 꽤 흔한 함정이다.
나도 여러 번 그랬다.
창업 책을 읽고 창업한 기분을 냈고, 투자 책을 읽고 투자자가 된 기분을 냈다. 생산성 책을 읽고 인생이 정리된 기분도 느꼈다.
하지만 현실은 늘 정직했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재미있는 건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예전에 읽었던 책이라는 점이다.
그때는 밑줄까지 쳐가며 읽었는데, 지금은 기억나는 내용이 거의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읽고 끝났기 때문이다.
지식은 행동과 연결되지 않으면 생각보다 빨리 사라진다. 메모도, 밑줄도, 감탄도 오래가지 않는다. 직접 써먹어 본 내용만 남는다.
그래서 요즘은 독서 방식도 조금 바꾸려고 한다.
예전에는 “다 읽고 시작해야지”였다면, 지금은 “읽으면서 바로 하나씩 해보자”에 가깝다.
공간사업 책을 읽었다면 당장 동네 임대 시세를 찾아본다.
상권 이야기가 나오면 직접 거리를 걸어본다.
수익 계산이 나오면 엑셀에 숫자를 넣어본다.
책 한 권보다 작은 실행 한 번이 더 오래 남는다.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오늘도 나는 또 책을 읽고 있다.
그래서 뭐 어쩌겠나 싶다.
이게 도피라면 꽤 건전한 도피 아닌가.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고,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해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책을 읽는 사람일 뿐이다.
다만 이제는 안다.
책을 읽는 것으로 만족하면 제자리이고,
책을 읽고 움직이면 그때부터 달라진다는 걸.
오늘 한 장 읽었다면,
내일은 한 걸음 움직여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