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날에 만난 특별한 책장, 증산도서관이 고른 ‘도서관 책’들
며칠 전 구립증산도서관에 들렀다가 반가운 장면을 만났다.
도서관의 날을 기념해 ‘도서관’과 관련된 책들을 따로 큐레이션해 둔 코너였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책이 많이 모여 있는 공간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서점도 좋고, 헌책방도 좋고, 독립서점도 좋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가는 곳은 역시 도서관이다.
도서관은 참 이상한 공간이다.
돈을 쓰지 않아도 되고,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오래 머물러도 된다.
누군가에게는 공부하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쉬어가는 곳이고,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피난처이기도 하다.
나에게 도서관은 상황에 따라 역할이 바뀌는 공간이다.
어떤 날은 위로가 되고,
어떤 날은 다시 싸울 힘을 비축하는 장소가 되고,
어떤 날은 갈 곳 없는 사람을 품어주는 가족 같은 공간이 된다.
그래서 새로운 도서관에 가면 꼭 보는 곳이 있다.
바로 큐레이션 코너다.
나는 그 공간이 도서관의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단순히 분류해서 꽂아두는 곳이 아니라,
지금 이 도서관이 방문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싶은지 보여주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사서들의 감각, 기획력, 문제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증산도서관 큐레이션의 주제는 ‘도서관’.
도서관 안에서 도서관 책을 만나는 경험이라니, 꽤 멋진 설정이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코너였다.
오늘은 그날 만난 책들을 간단히 소개해보려 한다.
증산도서관이 고른 ‘도서관 책’ 리스트
1.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유유
도서관을 목적지로 여행하는 사람의 시선이 담긴 책. 도시를 관광지가 아니라 도서관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2. 도서관은 살아 있다 / 도서관 여행자 / 마티
도서관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지역과 사람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공간이라는 걸 보여준다.
3. 도서관의 말들 / 강민선 / 유유
도서관을 둘러싼 문장과 생각들을 모은 책. 조용한 공간이지만 사실 많은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한다.
4. 도서관 별책부록 : 우리는 도서관에 산다 / 대치도서관 사서들 / 리스컴
현장에서 일하는 사서들의 생생한 이야기. 도서관 운영의 현실과 애정을 함께 볼 수 있다.
5. 청소년, 도서관에서 만납시다 / 고정원 / 학교도서관저널
청소년과 도서관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고민한 책. 교육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을 생각하게 한다.
6. 뉴욕도서관으로 온 엉뚱한 질문들 / 뉴욕공공도서관 / 정은문고
세계적인 도서관에도 예상 밖 질문들이 쏟아진다. 도서관이 얼마나 사람 가까이에 있는 공간인지 보여준다.
7. 도서관과 리터러시 파워 / 송경진 / 정은문고
읽고 이해하고 판단하는 힘, 즉 리터러시와 도서관의 관계를 다룬 책. 시대적으로 더 중요해진 주제다.
8. 나는 숲속 도서관의 사서입니다 / 아오키 미아코 / 어크로스
숲속 도서관이라니 제목부터 이미 좋다. 자연과 책, 사서의 삶이 만나는 따뜻한 기록.
9. 책 좀 빌려줄래? / 그랜트 스나이더 / 윌북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귀엽고 재치 있게 담아낸 책. 가볍게 읽기 좋다.
10.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유명한 역발상 책. 읽기의 의미와 독서 강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11. 책과 함께 자라는 도서관 가족 / 정연우 / 아비락
가족과 아이들이 도서관과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생활 속 도서관의 가치를 보여준다.
12. 도서관 환상들 / 아나소피 스프링어 / 만일
도서관을 상상력의 공간으로 바라보는 책. 조금은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결이 느껴진다.
13.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세상의 도서관들 / 조금주 / 나무연필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서관 이야기. 여행책처럼 넘기기 좋다.
14.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 백창민 / 한겨레출판
도서관이 지식 보관소를 넘어 역사와 사회의 중심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서관은 왜 자꾸 가고 싶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왜 사람은 도서관에 가면 괜히 마음이 차분해질까.
아마도 도서관은
아직 읽지 않은 가능성이 가득 쌓여 있는 공간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답을 모르더라도,
어딘가 한 칸쯤에는 힌트가 있을 것 같은 기분.
막막한 날에도
일단 도서관에 가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 기분.
그래서 우리는 자꾸 도서관으로 향하는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 가면 큐레이션 코너를 꼭 가보자
혹시 가까운 도서관에 간다면
자료실만 둘러보지 말고 큐레이션 코너도 꼭 보길 추천한다.
그곳엔 사서들이 고른 질문과 시선이 놓여 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찾지 못한 책이
먼저 나를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이번 증산도서관의 큐레이션도 그랬다.
도서관에서 도서관 책을 만나는 일.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