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에도 불안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 아무튼, 여름

쉬는 날인데도

괜히 마음이 편하지 않을 때가 있다.


분명 빨간날인데

계속 뭔가 해야 할 것 같고,

이 시간을 잘 보내야 할 것 같고,

괜히 미래 걱정까지 한다.


얼마 전 파주 텃밭에 갔을 때 딱 그랬다.


흐린 하늘 아래 고기를 굽고 있었다.


파주 텃밭에 도착했을 때

하늘이 잔뜩 흐려 있었다.


곧 비가 올 것 같은 색이었다.


텃밭 옆 삽에는

말라붙은 흙이 붙어 있었고,

풀은 며칠 사이 또 자라 있었다.


나는 뭘 키운다고 했는데

사실 풀만 열심히 크고 있다.


차 트렁크에서 화로를 꺼냈다.


숯봉지를 뜯다가

손에 까만 가루가 묻었다.


바지에 슥 닦았는데

더 번졌다.


인생도 가끔 그렇다.


수습하려다가

더 커진다.


쪼그려 앉아 숯에 불을 붙였다.


근데 숯은 생각보다 늦게 붙는다.


나는 성격이 급해서

중간에 자꾸 건드린다.


괜히 집게로 뒤집고,

후후 불고,

“왜 안 되지?”

혼자 중얼거린다.


숯 입장에서는

“좀 냅두세요…”

싶었을 것 같다.


『아무튼, 여름』이 떠올랐다



겨우 숯이 빨갛게 올라오고

고기를 올렸다.


치익.


연기가 천천히 올라갔다.


그걸 멍하니 보고 있는데

며칠 전에 읽던 『아무튼, 여름』이 생각났다.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다.


여름이라는 계절을 좋아하는 마음을 담은 책인데,

읽다 보면 단순히 여름 이야기 같지는 않다.


좋아하는 순간을

천천히 오래 바라보는 사람 이야기 같다.


수영장 냄새,

뜨거운 아스팔트,

늦은 오후의 맥주 같은 장면들이 나오는데,


읽고 있으면

“아 맞아, 나도 이런 순간 좋아했지”

싶어진다.


거창한 행복 이야기가 아니다.


대신

별거 아닌 순간을 좋아하는 태도가 나온다.


그게 좋았다.


쉬는 중에도 자꾸 조급해지는 사람


생각해보면

나는 쉬는 순간에도 자꾸 다음 생각을 했다.


이걸로 뭘 해야 하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지금 이래도 되나.


심지어 텃밭 와서 고기 굽는데도

미래 걱정을 하고 있다.


숯 앞에서도 생산성을 찾는다.


진짜 지독하다.


근데 그날은

흐린 하늘 아래서

고기 굽는 냄새 맡고 있으니까

마음이 조금 느려졌다.


아무튼, 여름 같은 책이 좋은 건

별거 아닌 순간을

별거 아닌 채로 좋아하게 만든다는 점 같다.


『아무튼, 여름』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쉬는 날에도 마음이 바쁜 사람

생산성을 놓지 못하는 사람

잔잔한 생활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

계절 냄새나 분위기에 예민한 사람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하루”를 좋아하는 사람


고기는 조금 탔고,

손은 숯가루투성이였고,

하늘은 끝까지 흐렸다.


근데 이상하게

좋은 오후였다.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