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관찰일기 여기 머무는 이유가 뭘까
해질 무렵 책방을 닫을 시간이다.
문을 닫고 나온 뒤, 잠시 책방을 뒤돌아 본다.
불이 꺼진 유리문 너머로 책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낮 동안 사람 손을 타던 것들이, 다시 조용히 제자리로 돌아간 시간.
아내는 꼼꼼히 문단속을 한다.
나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
사실 이 공간은 돈이 되지 않는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 있으면 머릿속이 바빠진다.
어떤 사람은 왜 오래 앉아 있을까,
어떤 사람은 왜 책 한 권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을까.
계산대에 서서 결제를 도와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싶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 남았다.
—
나는 그동안 여러 일을 했다.
길게 붙잡고 있던 것도 없고,
짧게 스쳐간 일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내가 가진 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책방에 앉아 사람을 보고,
유입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고,
사진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다 보면
어떤 감각 같은 게 올라온다.
이 공간이 어떻게 보이면 좋을지,
어떤 문장이 사람을 멈춰 세우는지,
무엇이 남고 무엇이 흘러가는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꾸 생각하게 된다.
—
네이버 플레이스를 고치고,
블로그 글을 올리고,
인스타에 사진을 하나씩 쌓는다.
이 모든 게 당장 돈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이걸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아마도, 그 다음을 보고 있기 때문일 거다.
책방에 머무는 시간이
어느 순간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다른 공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느낌.
아직 형태는 없다.
그저 흐릿하게, 방향만 있다.
—
요즘 자주 떠올리는 장면이 하나 있다.
아무도 없는 공간,
조용한 밤,
한 사람만 머무는 시간.
책 한 권을 펼쳐놓고,
아무 방해 없이 몇 시간을 보내는 하루.
그걸 위해
사람이 돈을 낼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
그래서 지금은,
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을 모으는 중이다.
이 공간에 오는 사람들은
왜 오는지,
무엇을 얻고 가는지,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쌓아본다.
—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책방 쪽을 돌아봤다.
불은 꺼져 있었지만,
어쩐지 그 안은 계속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